허재감독은 명실공히 농구 대통령으로써 이름을 날리지만 임달식 감독은 약간 다르다. 선수시절은 스타코스를 밟았지만 감독을 하기까지는 허재감독과는 약간 다르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같은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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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장에 들어서려던 허재(44) 전주 KCC 감독이 문 앞에 서 있던 임달식(45) 안산 신한은행 감독을 보고는 "안 들어가?"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임달식 감독은 "어, 우리 순서 다 끝나서 먼저 가려고..."라고 답하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농구대잔치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팬들이라면 허재와 임달식, 두 사람의 이름은 흔히 한 묶음으로 연상이 될 터다.

   1991년 3월3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농구대잔치 최우수팀결정전 2차전 기아자동차와 현대전자 전에서 둘은 주먹다짐을 벌여 허재 감독은 자격정지 6개월, 임달식 감독은 1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두 사람은 지금도 그때 얘기만 나오면 미간을 찌푸리며 "다 지나간 얘기를 뭐하러 하느냐"고 손사래를 치지만 이번 시즌을 통해 둘은 또 한 묶음이 됐다.

   허재 감독은 남자농구, 임달식 감독은 여자농구를 평정했고 나란히 남녀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아 올해 열리게 될 아시아선수권대회 정상에 도전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남녀 농구에서 국내 최장신인 하은주(26.202㎝)는 신한은행 소속, 하승진(24.221㎝)은 KCC 소속인 것도 흥미롭다. 이른바 '하남매'를 각각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둘 다 코치 시절 없이 바로 감독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것도 똑같다.

   허재 감독은 원주 TG 시절 플레잉코치를 하긴 했지만 선수 쪽에 비중이 컸고 은퇴 후 미국에서 연수를 하다 2005년 5월에 KCC 감독에 올랐다.

   1992년에 선수 생활을 접었던 임달식 감독은 이후 프로골프선수에도 도전해보고 음식점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농구 밖에서 주로 생활하다 2001년에 2부리그 팀이던 조선대를 맡아 농구계로 돌아왔다.

   허재 감독은 '농구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설명이 필요없는 선수였고 임달식 감독 역시 휘문고와 고려대, 현대전자 등 엘리트 코스만 밟았던 스타 출신이다.

   흔히 '스타 선수 출신은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두 사람은 이런 속설을 보기 좋게 깼다는 평이다.

   허재 감독은 프로에서 네 시즌을 보내며 세 번이나 팀을 4강 이상의 성적에 올려놨고 특히 올해 처음으로 정상을 밟으며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챔피언 반지를 끼는 영광을 누렸다.

   임달식 감독 역시 2부리그에서도 중위권 수준이던 조선대를 조련해 2005년 1부로 승격시켰고 프로팀에도 졸업생들을 보내며 지도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정규리그에서 37승3패, 플레이오프 및 챔프전 전승 등 압도적인 결과를 내며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승률 9할을 일궈냈다. 그 덕에 얻은 별명이 '미스터 9할'이다.

   최장신 선수를 적절히 활용해 우승까지 해낸 것도 공통점이다.

   허재 감독은 시즌 초반 '국보급 센터' 서장훈(35)과 하승진을 동시에 보유해 선수 기용에 어려움을 겪었고 심지어 서장훈과 불화설까지 나돌며 9위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서장훈을 인천 전자랜드로 트레이드하고 하승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며 빠르게 다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하승진 역시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칭찬을 들으며 결국 KCC의 챔프전 우승에 큰 역할을 해냈다.

   임달식 감독도 하은주를 적절히 기용하며 팀 전력을 극대화했다. 서장훈-하승진 조합과 똑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성격으로 볼 수 있는 정선민-하은주 조합을 절묘하게 꿰맞춰 팀을 잘 끌고나갔다.

   선수단 장악을 확실하게 해 불협화음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이제 둘은 나란히 '아시아 제패'라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한 준비를 시작한다.
  임달식 감독 사진  허재 감독 사진

   허재 감독은 8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을 이끌게 됐고 임달식 감독은 아직 개최 시기와 장소가 미정인 같은 대회에서 아시아 정상을 노린다.

   임달식 감독은 "예전에 젊었을 때 경기를 하다가 일어난 일은 다 지나간 얘기"라며 "잠깐 안 좋은 인연이었지만 나란히 남녀프로농구를 우승하면서 이제 앞으로 둘 다 좋은 인연으로 가는 과정이 아니겠느냐"고 웃어 보였다.